환경 오염 연구

환경 오염 물질 현황 및 영향에 대한 연구 이슈를 전달합니다.

초미세먼지, 혈관 내피세포의 '독성 스위치'를 켜 뇌의 하수도를 망가뜨리다

앨지닥터(김덕원)
2026-03-09
조회수 473

8336ee40773ba.png

대기 오염의 주범인 초미세먼지(PM2.5)가 폐와 심장을 넘어 뇌 건강까지 위협한다는 역학 증거가 쌓이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경로로 뇌를 손상시키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한국뇌연구원·한국독성연구원·울산과학기술원(UNIST) 공동 연구팀이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PM2.5는 뇌 혈관 내피세포의 아릴탄화수소 수용체(AHR)를 활성화해 미토콘드리아를 손상시키고, 이 혈관 손상이 성상세포로 전파되어 뇌의 노폐물 배출 시스템(글림프 시스템)까지 무너뜨린다.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가장 먼저,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았다. 


| AHR과 글림프 시스템이란 무엇인가

이 연구를 이해하려면 두 가지 핵심 개념을 알아야 한다. 첫째, AHR(Aryl Hydrocarbon Receptor, 아릴탄화수소 수용체)은 세포 안에 있는 일종의 '독성물질 감지기'다. PM2.5 표면에 붙어 있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가 이 수용체에 결합하면 AHR이 활성화되어 핵으로 이동하고, ARNT라는 파트너 단백질과 결합해 해독·염증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을 촉발한다.

둘째, 글림프 시스템(glymphatic system)은 뇌의 '하수도'에 해당한다. 뇌에는 림프관이 없는 대신, 혈관 주위 공간을 따라 뇌척수액이 흐르면서 노폐물을 씻어내는 체계가 있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성상세포(뇌의 별 모양 지지세포) 발끝에 아쿠아포린-4(AQP4)라는 물 통로 단백질이 혈관 쪽에 집중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이 배치가 흐트러지면 노폐물 배출이 막히고, 알츠하이머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 PM2.5가 뇌 혈관 내피세포의 미토콘드리아를 파괴하는 과정

연구팀은 인간 뇌 미세혈관 내피세포(HBMVEC)에 PM2.5를 노출한 뒤, 세포 내부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시간 순서대로 추적했다. PM2.5 노출 5~30분 만에 AHR이 핵 안으로 빠르게 이동했고, 약 3시간 후에는 AHR의 대표적 표적 유전자인 CYP1A1의 발현이 최고치에 달했다. 이는 AHR–ARNT 신호 경로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AHR은 핵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에도 축적되었고, 미토콘드리아는 조각조각 분열되기 시작했다. 48시간 후에는 미토콘드리아 외막 단백질인 TOM20의 양이 감소했는데, 이는 미토콘드리아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산소소비율(OCR) 측정에서도 최대 호흡량, ATP 생산량, 여유 호흡 용량이 모두 유의미하게 떨어졌다. 세포의 발전소가 고장 나고 있었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AHR 억제제인 CH223191을 미리 처리하자 PM2.5로 인한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가 거의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었다. 이는 AHR 활성화가 미토콘드리아 손상의 직접적 원인임을 입증한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에는 파킨(Parkin) 단백질이 모여들어 '미토파지(mitophagy)'—고장 난 미토콘드리아를 선택적으로 분해하는 품질관리 과정—가 작동했지만, 동시에 활성산소(ROS)와 산화된 지질이 증가해 산화 스트레스가 심화되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내피세포의 미토콘드리아 손상과 산화 스트레스가 혈관 긴장도를 변화시켜 혈관수축과 혈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해석했다. 


| 혈관이 좁아지고 뇌 혈류가 줄어든다

세포 실험에서 확인된 내피세포 손상이 실제 살아 있는 뇌에서도 혈관 기능 이상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생쥐에게 두 가지 방식으로 PM2.5를 노출시켰다. 하나는 기관내 주입(ITI), 다른 하나는 코를 통한 흡입 노출이다. 두 모델 모두에서 뇌 혈관의 직경이 줄어드는 혈관수축이 관찰되었다. 혈관의 개수나 분포(CD31 양성 혈관 밀도) 자체는 정상과 다르지 않았으므로, 혈관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있는 혈관이 조여진 상태였다. 실제로 혈관 안을 흐르는 혈액량의 지표인 혈관 내 IgG 형광 강도는 유의하게 감소했다. 형광 덱스트란 추적자 실험에서도 뇌 혈류 감소가 확인되었다. 즉, 혈관이 수축되어 피가 제대로 흐르지 않는 상태가 된 것이다.

중요한 점은 혈뇌장벽(BBB) 자체는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브리노겐 염색에서 혈액 단백질이 뇌 실질로 새어 나간 흔적은 없었고, 밀착연접 단백질(ZO-1, Occludin)도 정상적으로 유지되었다. 그럼에도 혈류 감소로 인해 대뇌 피질 신경세포에서 저산소증 표지자(HIF-1β)가 증가했다. 혈관이 터지지 않아도, 좁아지는 것만으로 뇌가 산소 부족에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 성상세포의 물 통로 단백질이 제자리를 잃다

내피세포의 손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혈관을 감싸고 있는 성상세포의 AQP4 배치에도 이상이 생겼다. 정상적으로 혈관 쪽에 집중되어야 할 AQP4가 세포 안쪽으로 이동해 '극성(polarity)'을 잃었다. 이 현상은 대뇌 피질과 해마 모두에서 노출 횟수에 비례하여 악화되었다.

그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연구팀은 두 가지 실험을 비교했다. 내피세포–성상세포 공동배양에서는 PM2.5에 노출된 내피세포가 보내는 신호에 의해 성상세포의 AQP4가 세포막에서 세포질로 재분배되었고, 칼모듈린(CaM)과의 공동국소화가 증가했다. 반면 총 AQP4와 CaM 양 자체는 변하지 않아, 이는 단백질 발현 변화가 아닌 '위치 이동'의 문제였다. 성상세포에 PM2.5를 직접 노출했을 때는 CaM과 함께 칼슘 이온 채널인 TRPV4의 발현이 증가하며 AQP4 내재화가 일어났다. 이는 TRPV4–칼슘–CaM 경로가 AQP4를 혈관 쪽에서 끌어당기는 또 하나의 메커니즘임을 시사한다.


| 해마가 가장 먼저 무너지는 이유

21a5d4f046a73.jpeg

공간 전사체학(Visium HD) 분석은 PM2.5에 대한 뇌의 반응이 지역마다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밝혔다. 대뇌 피질, 해마, 중뇌, 섬유로 네 영역을 비교한 결과, 해마의 글루탐산성 신경세포에서 가장 많은 수의 차등 발현 유전자(DEG)가 확인되었고, 변화 폭도 가장 컸다. 해마의 GABA성 신경세포와 성상세포 역시 다른 뇌 영역 대비 더 큰 전사체 변화를 보였다.

구조적 수준에서도 해마의 취약성이 두드러졌다. ITI 모델의 최고 노출군(5회)에서 해마의 수상돌기 표지자(MAP2)와 축삭 표지자(NFL) 모두 유의하게 감소했다. 대뇌 피질에서는 수상돌기 손상만 관찰된 반면, 해마에서는 수상돌기와 축삭이 동시에 손상된 것이다. 또한 해마에서는 미세아교세포 활성화(Iba1 증가)와 성상세포 반응성(GFAP 증가)이 함께 나타났으나, 대뇌 피질에서는 미세아교세포 활성화만 관찰되었다. 해마는 에너지 수요가 높은 뇌 영역으로, 혈류 감소와 글림프 기능 저하에 특히 민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신경세포의 세포체(NeuN 양성 세포 수)는 유지되었다는 것이다. 즉, 신경세포가 죽기 전에 먼저 수상돌기와 축삭이 퇴화하는 '사전 단계'가 포착된 셈이다. 또한 배양된 신경세포에 PM2.5를 직접 처리해도 뚜렷한 손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뇌 속 신경세포 손상이 PM2.5의 직접 독성이 아니라, 내피세포와 성상세포를 거쳐 전파되는 '비세포자율적(non-cell-autonomous)' 메커니즘에 의한 것임을 뒷받침한다.


| 공간 전사체학이 밝힌, 기존 방법으로는 보이지 않던 손상 지도

연구팀은 기존의 벌크 RNA 시퀀싱과 공간 전사체학의 결과를 비교했다. 벌크 시퀀싱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던 세포 유형별·뇌 영역별 유전자 발현 변화가 공간 전사체학에서는 선명하게 드러났다. 글루탐산성·GABA성 신경세포 각각에서 3,000~4,000개 이상의 차등 발현 유전자가 확인되었고, 이들은 자가포식, 산화적 인산화, 신경퇴행 관련 유전자 모듈 등 서로 다른 전사 프로그램을 활성화했다.

혈관과의 거리에 따른 분석도 주목할 만하다. 혈관에서 100μm 이상 떨어진 세포들에서 염증·스트레스 반응 유전자의 발현이 더 높았다. 이는 혈관에서 시작된 독성 신호가 주변 신경 조직으로 구조적 패턴을 따라 퍼져 나감을 보여준다. 공간 세포 간 통신 분석(COMMOT, CellChatv2)에서는 내피세포 유래 칼모듈린(Calm1)이 성상세포의 염증 유전자(Ptgs2, Nfkbia)를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FGF·VEGF·IGF 등 항상성 유지 신호는 PM2.5 노출 후 52~86% 감소한 반면, 리소좀 스트레스 관련 PSAP 신호는 3.3배 증가했다.


| 초미세먼지로부터 뇌를 지키는 치료 표적의 가능성

이번 연구는 PM2.5가 뇌에 해를 끼치는 과정을 '내피세포 AHR 활성화 → 미토콘드리아 스트레스'를 기점으로, 한편으로는 혈관수축·혈류 감소, 다른 한편으로는 내피세포 유래 신호에 의한 성상세포 AQP4 극성 상실과 글림프 기능 장애가 동시에 진행되며, 이 두 경로가 합쳐져 해마의 조기 손상으로 수렴하는 연쇄 구조로 정리했다. 이 경로에서 AHR 신호 차단과 CaM/TRPV4 경로 조절이 잠재적 치료 표적으로 제시되었다. 실제로 AHR 억제제가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회복시킨 결과는, 만성 대기오염 환경에서 뇌 혈관 건강을 보호할 약물 개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이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모든 실험이 수컷 생쥐에서만 수행되어 성별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노출 기간이 급성~아급성 수준으로, 인간이 겪는 수년~수십 년 단위의 만성 노출을 반영하지 못한다. 또한 사용된 PM2.5는 프로판 열분해로 생성된 화학적으로 균일한 입자여서, 계절·지역에 따라 성분이 달라지는 실제 대기 초미세먼지의 복잡성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할 수 있다. AHR의 역할을 약리학적 억제로 입증했으나, 내피세포 특이적 AHR 녹아웃 같은 유전학적 검증은 후속 과제로 남아 있다. 행동학적 평가(인지 기능 검사 등)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도 향후 보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초미세먼지가 뇌에 도달하기 전, 혈관 단계에서 이미 손상의 불씨가 시작된다는 점을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글림프 시스템 장애와 혈류 감소가 명백한 신경퇴행보다 먼저 나타나므로, 이 시기가 조기 개입의 '치료 창'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 참고문헌

Kim, K.-S., Kim, D. I., Hwang, S., Park, I., Jeon, M.-T., Kim, Y., Son, S., Lee, J., Park, K., Lee, K., & Kim, D.-G. (2026). PM2.5 impairs gliovascular coupling via endothelial AHR–mitochondrial signaling in mice.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504, 141275. https://doi.org/10.1016/j.jhazmat.2026.141275


6ffc331aa4f2e.png


5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