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 수은 순환에서 열대우림 토양이 핵심 저장고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마존에 집중된 기존 연구와 달리, 아프리카 열대림 토양의 수은 실태는 사실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된 ETH 취리히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콩고 분지 동부 열대림 토양은 현재까지 자연 토양에서 측정된 값 중 최고 수준의 수은을 품고 있으며, 이 토양이 농경지로 전환될 경우 저장된 수은의 절반 이상이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대륙 열대림을 대상으로 수은 농도와 손실을 동시에 측정한 첫 번째 연구다.
| 수은은 어떻게 토양에 쌓이는가
수은(Hg)은 자연 상태에서도 대기 중에 존재하며, 식물 잎이 이를 흡수한 뒤 낙엽이 되어 토양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주요 유입 경로다. 열대우림에서는 이 과정이 특히 활발하다. 낙엽과 함께 토양에 내려온 수은은 온대·한대 지역과 달리 유기물층에 머물지 않는다. 열대 토양에서는 유기물 분해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수은은 더 깊은 광물층으로 이동해 철산화물(Fe pedogenic oxides)에 단단히 결합된다. 철산화물은 일종의 수은 접착제 역할을 하며, 이 결합력이 강할수록 토양은 더 많은 수은을 오래 붙잡아 둔다.
반면 산림이 사라지면 이 철산화물 구조가 교란된다. 토양이 빛과 열에 노출되고, 빗물 침식과 토양 환원 반응이 가속화되면서 붙들려 있던 수은이 대기와 수계로 빠져나가게 된다.
| 연구 방법 — 르완다·콩고·우간다 3개 현장 비교
연구팀은 아프리카 열대림의 수은 실태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콩고 분지 동부의 3개 현장을 선정했다. 르완다의 뉴궤(Nyungwe, 해발 약 1,900m), 콩고민주공화국의 카후지-비에가(Kahuzi-Biega, 약 2,220m), 우간다의 키발레(Kibale, 약 1,324m)다. 각 현장에서 원시 열대림과 30년 이상 지속된 농경지를 나란히 비교 조사해 벌목 전후 수은 변화를 추정했다. 토양은 지표에서 1m 깊이까지 층별로 채취했으며, 신선한 잎·낙엽·유기층·광물층 전 구간에 걸쳐 수은 농도를 측정했다.
| 아프리카 열대림 토양, 수은 농도가 유럽의 최대 5배
세 현장 모두에서 열대림 토양의 수은 농도는 기존에 알려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광물층 수은 농도의 중앙값은 뉴궤 294, 카후지-비에가 226, 키발레 97 ng/g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토양 평균(중앙값 38 ng/g), 미국 토양 평균(21~33 ng/g)과 비교할 때 최대 5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아마존 지역과 유사한 수준이다. 일부 뉴궤 지점에서는 최대 925 ng/g까지 기록되었다.
수은 축적량을 단위 면적당 무게로 환산한 토양 수은 재고(stock)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뉴궤의 평지·경사면 토양에서는 평균 507 mg/m²를 기록했으며, 일부 지점에서는 920 mg/m²에 육박했다. 지금까지 자연 토양에서 보고된 값 중 손꼽히는 수준이다. 수은 재고는 고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평지 토양의 평균 수은 재고는 계곡 토양에 비해 약 2.9배 높았는데, 이는 고지대일수록 낙엽 공급량이 많고 철산화물 함량도 높기 때문이다.
낙엽에 의한 수은 공급량, 즉 낙엽 수은 유입 플럭스(litterfall flux)의 연평균값은 43 ± 13 µg/m²/년으로, 아마존 열대림(43~52 µg/m²/년)과 유사하며 최신 모델 추정치(48.2 µg/m²/년)와도 일치했다. 이는 아프리카 열대림이 대기 수은을 흡수하는 효율적인 흡수원임을 처음으로 실측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다.
| 벌목 후 수은의 절반 이상이 방출된다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결과는 산림 전환에 따른 수은 손실 규모다. 산림을 농경지로 전환한 이후, 토양 수은 재고는 뉴궤에서 62%, 카후지-비에가에서 58%, 키발레에서 52%가 감소했다. 세 현장 모두에서 절반 이상의 수은이 토양을 떠난 셈이다. 이 손실률은 아마존(30~80%)과 북미(약 65%)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하며, 토양 유형과 지역을 초월해 열대 산림 벌목이 수은 대량 방출로 이어지는 공통 패턴임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수은 손실량이 원래 산림 토양의 수은 재고와 강한 선형 비례 관계(r² = 0.95)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은을 더 많이 품고 있는 토양일수록, 벌목 이후 더 많은 수은이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특히 수은 재고가 가장 높은 뉴궤에서는 일부 지점에서 최대 80 mg/m²의 수은이 방출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기존에 보고된 열대 지역 수은 방출 잠재량을 크게 상회한다.
방출된 수은의 행방은 크게 두 갈래다. 지표에 가까운 층의 수은은 화재와 태양 복사에 의해 기화되어 대기와 육상 먹이사슬로 진입하고, 심층부의 수은은 침식과 용탈을 통해 하천과 호수로 유입된다. 콩고 분지 동부의 아프리카 대형 호수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민물 어업을 지탱하고 있으며, 수은이 이 수계에 유입될 경우 메틸수은(MeHg) 형태로 생물 농축되어 어류와 이를 섭취하는 지역 주민에게 직접적인 건강 위협이 될 수 있다.
| 의의와 한계 — 지구적 수은 모델의 빈칸을 채우다
이 연구는 아프리카 열대림이라는 기존 수은 연구의 공백 지대를 처음으로 실측 데이터로 채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결과는 아프리카 열대림 토양이 수은의 대규모 저장고임과 동시에, 벌목이라는 외부 압력에 취약한 방출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발견한 수은 손실과 재고 간 선형 관계는 향후 다른 열대 지역의 수은 방출 위험을 추정하는 데 활용 가능한 실용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연구가 농경지 전환 30년 이후의 단면만을 비교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벌목 직후부터 시간 흐름에 따른 수은 방출 경로를 추적한 데이터는 없으며, 방출된 수은이 대기·토양·수계 중 어느 경로로 얼마나 분배되는지도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또한 뉴궤 지역의 모암에 화석 유기탄소가 포함되어 높은 수은 농도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 지질학적 특성이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도 존재하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콩고 분지를 비롯한 다른 열대 생태계에서의 후속 연구를 통해 수은 방출 경로를 보다 정밀하게 추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와 함께 이 지역의 벌목 압력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 열대림 보호가 단순한 탄소 저장이나 생물다양성 보전을 넘어, 수은 오염이라는 공중 보건 문제와도 직결됨을 보여준다.
| 참고문헌
Bouchet, S., Kretzschmar, R., & Doetterl, S. (2026). High mercury stocks in eastern Congo basin soils and their substantial mobilization after deforestation.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507, 141619. https://doi.org/10.1016/j.jhazmat.2026.141619
전 세계 수은 순환에서 열대우림 토양이 핵심 저장고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아마존에 집중된 기존 연구와 달리, 아프리카 열대림 토양의 수은 실태는 사실상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된 ETH 취리히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콩고 분지 동부 열대림 토양은 현재까지 자연 토양에서 측정된 값 중 최고 수준의 수은을 품고 있으며, 이 토양이 농경지로 전환될 경우 저장된 수은의 절반 이상이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대륙 열대림을 대상으로 수은 농도와 손실을 동시에 측정한 첫 번째 연구다.
| 수은은 어떻게 토양에 쌓이는가
수은(Hg)은 자연 상태에서도 대기 중에 존재하며, 식물 잎이 이를 흡수한 뒤 낙엽이 되어 토양으로 이동하는 경로가 주요 유입 경로다. 열대우림에서는 이 과정이 특히 활발하다. 낙엽과 함께 토양에 내려온 수은은 온대·한대 지역과 달리 유기물층에 머물지 않는다. 열대 토양에서는 유기물 분해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수은은 더 깊은 광물층으로 이동해 철산화물(Fe pedogenic oxides)에 단단히 결합된다. 철산화물은 일종의 수은 접착제 역할을 하며, 이 결합력이 강할수록 토양은 더 많은 수은을 오래 붙잡아 둔다.
반면 산림이 사라지면 이 철산화물 구조가 교란된다. 토양이 빛과 열에 노출되고, 빗물 침식과 토양 환원 반응이 가속화되면서 붙들려 있던 수은이 대기와 수계로 빠져나가게 된다.
| 연구 방법 — 르완다·콩고·우간다 3개 현장 비교
연구팀은 아프리카 열대림의 수은 실태를 처음으로 체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콩고 분지 동부의 3개 현장을 선정했다. 르완다의 뉴궤(Nyungwe, 해발 약 1,900m), 콩고민주공화국의 카후지-비에가(Kahuzi-Biega, 약 2,220m), 우간다의 키발레(Kibale, 약 1,324m)다. 각 현장에서 원시 열대림과 30년 이상 지속된 농경지를 나란히 비교 조사해 벌목 전후 수은 변화를 추정했다. 토양은 지표에서 1m 깊이까지 층별로 채취했으며, 신선한 잎·낙엽·유기층·광물층 전 구간에 걸쳐 수은 농도를 측정했다.
| 아프리카 열대림 토양, 수은 농도가 유럽의 최대 5배
세 현장 모두에서 열대림 토양의 수은 농도는 기존에 알려진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광물층 수은 농도의 중앙값은 뉴궤 294, 카후지-비에가 226, 키발레 97 ng/g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 토양 평균(중앙값 38 ng/g), 미국 토양 평균(21~33 ng/g)과 비교할 때 최대 5배에 달하는 수치이며, 아마존 지역과 유사한 수준이다. 일부 뉴궤 지점에서는 최대 925 ng/g까지 기록되었다.
수은 축적량을 단위 면적당 무게로 환산한 토양 수은 재고(stock)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뉴궤의 평지·경사면 토양에서는 평균 507 mg/m²를 기록했으며, 일부 지점에서는 920 mg/m²에 육박했다. 지금까지 자연 토양에서 보고된 값 중 손꼽히는 수준이다. 수은 재고는 고도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평지 토양의 평균 수은 재고는 계곡 토양에 비해 약 2.9배 높았는데, 이는 고지대일수록 낙엽 공급량이 많고 철산화물 함량도 높기 때문이다.
낙엽에 의한 수은 공급량, 즉 낙엽 수은 유입 플럭스(litterfall flux)의 연평균값은 43 ± 13 µg/m²/년으로, 아마존 열대림(43~52 µg/m²/년)과 유사하며 최신 모델 추정치(48.2 µg/m²/년)와도 일치했다. 이는 아프리카 열대림이 대기 수은을 흡수하는 효율적인 흡수원임을 처음으로 실측 데이터로 확인한 결과다.
| 벌목 후 수은의 절반 이상이 방출된다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결과는 산림 전환에 따른 수은 손실 규모다. 산림을 농경지로 전환한 이후, 토양 수은 재고는 뉴궤에서 62%, 카후지-비에가에서 58%, 키발레에서 52%가 감소했다. 세 현장 모두에서 절반 이상의 수은이 토양을 떠난 셈이다. 이 손실률은 아마존(30~80%)과 북미(약 65%) 연구 결과와도 일맥상통하며, 토양 유형과 지역을 초월해 열대 산림 벌목이 수은 대량 방출로 이어지는 공통 패턴임을 시사한다.
더 나아가 연구팀은 수은 손실량이 원래 산림 토양의 수은 재고와 강한 선형 비례 관계(r² = 0.95)를 가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수은을 더 많이 품고 있는 토양일수록, 벌목 이후 더 많은 수은이 빠져나간다는 의미다. 특히 수은 재고가 가장 높은 뉴궤에서는 일부 지점에서 최대 80 mg/m²의 수은이 방출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기존에 보고된 열대 지역 수은 방출 잠재량을 크게 상회한다.
방출된 수은의 행방은 크게 두 갈래다. 지표에 가까운 층의 수은은 화재와 태양 복사에 의해 기화되어 대기와 육상 먹이사슬로 진입하고, 심층부의 수은은 침식과 용탈을 통해 하천과 호수로 유입된다. 콩고 분지 동부의 아프리카 대형 호수들은 세계 최대 규모의 민물 어업을 지탱하고 있으며, 수은이 이 수계에 유입될 경우 메틸수은(MeHg) 형태로 생물 농축되어 어류와 이를 섭취하는 지역 주민에게 직접적인 건강 위협이 될 수 있다.
| 의의와 한계 — 지구적 수은 모델의 빈칸을 채우다
이 연구는 아프리카 열대림이라는 기존 수은 연구의 공백 지대를 처음으로 실측 데이터로 채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 결과는 아프리카 열대림 토양이 수은의 대규모 저장고임과 동시에, 벌목이라는 외부 압력에 취약한 방출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이 발견한 수은 손실과 재고 간 선형 관계는 향후 다른 열대 지역의 수은 방출 위험을 추정하는 데 활용 가능한 실용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다만 이 연구가 농경지 전환 30년 이후의 단면만을 비교했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벌목 직후부터 시간 흐름에 따른 수은 방출 경로를 추적한 데이터는 없으며, 방출된 수은이 대기·토양·수계 중 어느 경로로 얼마나 분배되는지도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또한 뉴궤 지역의 모암에 화석 유기탄소가 포함되어 높은 수은 농도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있어, 이 지질학적 특성이 아프리카 다른 지역에도 존재하는지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콩고 분지를 비롯한 다른 열대 생태계에서의 후속 연구를 통해 수은 방출 경로를 보다 정밀하게 추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와 함께 이 지역의 벌목 압력은 앞으로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는 아프리카 열대림 보호가 단순한 탄소 저장이나 생물다양성 보전을 넘어, 수은 오염이라는 공중 보건 문제와도 직결됨을 보여준다.
| 참고문헌
Bouchet, S., Kretzschmar, R., & Doetterl, S. (2026). High mercury stocks in eastern Congo basin soils and their substantial mobilization after deforestation.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507, 141619. https://doi.org/10.1016/j.jhazmat.2026.141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