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오염 연구

환경 오염 물질 현황 및 영향에 대한 연구 이슈를 전달합니다.

항산화제 등 기저귀와 생리대에서 대량 검출된 산업용 화학물질, 영아와 여성에 직접 노출 우려

앨지닥터(김덕원)
2026-03-25
조회수 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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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에 게재된 산둥대학교 연구팀의 2026년 연구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와 종이 기저귀에서 92종의 화학 첨가물이 광범위하게 검출되었으며, 일부 기저귀 샘플에서는 비발암성 위해 지수가 허용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위생 제품에서 합성 산화방지제(AOs)와 유기인산 에스터(OPEs)의 존재를 최초로 체계적으로 보고한 연구로, 가장 민감한 신체 부위와 직접 접촉하는 제품에 산업용 화학물질이 대량 함유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 생리대와 기저귀에 왜 산업용 화학물질이 들어있는가

생리대와 기저귀는 흡수체, 포장재, 지지대 등 다양한 합성 소재로 구성된다. 제품의 유연성, 내구성, 산화 방지 성능을 높이기 위해 제조 과정에서 수많은 화학 첨가물이 사용된다. 이 연구에서 집중적으로 분석한 세 가지 물질군은 다음과 같다.

  • 합성 산화방지제(AOs, Antioxidants): 폴리프로필렌(PP)·폴리에틸렌(PE) 같은 고분자 재료가 고온 가공 중 산화·열화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안정제로, 연간 미국 생산량만 최대 약 4만 5,000톤에 달한다. 일부 AOs와 그 변환 산물은 내분비 교란, 간독성, 산화 스트레스와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유기인산 에스터(OPEs, Organophosphate Esters): 난연제·가소제로 사용되며, 내분비 교란 및 신경발달 독성이 우려되는 물질군이다.
  • 프탈레이트 에스터(PAEs, Phthalate Esters): 소재 유연성을 높이는 가소제로, 생식독성 및 발달독성이 확립된 물질군이다.

이 물질들은 고분자 매트릭스에 화학적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아, 체액(땀, 생리혈 등)이나 열에 의해 제품에서 유리될 수 있다. 문제는 생리대와 기저귀가 닿는 부위, 즉 외부 생식기와 항문 주변 피부는 일반 피부보다 흡수 투과성이 높다는 점이다. 생리 중에는 자궁내막이 출혈 상태가 되어 화학물질이 혈류로 직접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92종 검사, 77종 검출: 연구 설계

연구팀은 중국 15개 성(省)에 유통 중인 생리대 35종, 종이 기저귀 38종을 온라인 유통 채널을 통해 수집했다. 각 제품의 상층(피부 접촉면), 중간 흡수층, 하층에서 시료를 채취해 복합 시료를 만든 뒤,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HPLC-MS/MS) 및 기체 크로마토그래피-질량분석법(GC-MS)으로 92종의 화학물질을 분석했다.


| 검출 결과: 생리대에선 최대 568mg/g, 항산화제가 압도적

92종 중 생리대에서 77종, 기저귀에서 75종이 검출되었다. 총 검출 농도의 중앙값은 생리대 330,000 ng/g, 기저귀 228,000 ng/g이었다. 이를 좀 더 직관적으로 표현하면, 생리대 1g당 산업용 화학물질이 최대 568μg(마이크로그램), 즉 제품 질량의 약 0.057%를 차지한 셈이다.

세 물질군의 농도 차이는 극명했다. 합성 산화방지제의 농도가 OPEs보다 약 200배, PAEs보다 약 600배 높다. 이는 고온 제조 공정에서 소재 안정화를 위해 AOs가 대량 투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물질군생리대 중앙값기저귀 중앙값
합성 산화방지제(AOs)325,000 ng/g225,000 ng/g
유기인산 에스터(OPEs)1,510 ng/g803 ng/g
프탈레이트(PAEs)526 ng/g439 ng/g


| 특히 주목할 물질: DBP와 BHT, 전 제품에서 100% 검출

가장 눈에 띄는 결과는 11종의 화학물질이 분석 대상 전 제품에서 빠짐없이 검출되었다는 점이다. 이 11종은 모두 합성 산화방지제였다. 100% 검출률은 우발적 오염이 아닌, 제조업체들이 의도적으로 안정제로 첨가하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 중 DBP(2,4-디-터트-부틸페놀)의 생리대 내 농도 중앙값은 27,400 ng/g로, 일반 식품포장 종이(149 ng/g)의 약 184배, 일상 의류(328 ng/g)의 약 83배 수준이었다. 연구팀은 생리대 사용에 의한 DBP 피부 흡수량이, 미국 성인 소변에서 역산한 일일 총 DBP 노출량의 최대 40.8%에 해당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즉, 생리를 하는 여성에게 생리대가 DBP 노출의 가장 주요한 경로 중 하나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비교는 중국과 미국 간 인구 집단 차이가 있어 추정의 불확실성이 크며, 가설 수준으로 해석해야 한다.

BHT(2,6-디-터트-부틸-4-메틸페놀)는 생리대의 97.1%, 기저귀의 100%에서 검출되었다. 더 주목할 점은 BHT 자체보다 그 변환 산물인 BHT-Q(BHT-퀴논)와 BHT-CHO가 전 제품에서 검출되었다는 사실이다. BHT-Q는 활성산소를 생성해 시험관 내 산화 스트레스 및 유전독성을 유발하고, 수생생태계에서 BHT 원물질보다 높은 급성독성을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 기저귀 사용 영아의 위해 지수, 허용 기준 초과 사례 확인

연구팀은 피부 흡수를 통한 일일 추정 노출량(EDIderm)을 산출하고 이를 독성 참고치(RfD)와 비교해 위험지수(HI)를 계산했다. HI가 1을 초과하면, 암이 아닌 다른 건강 영향(내분비 교란, 간독성 등)이 나타날 우려가 있는 수준으로 본다. 발암 위해는 이번 연구에서 별도로 평가되지 않았다. 검출된 물질 대부분이 발암성 위해 계산에 필요한 독성 수치가 확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연구만으로는 암 위험의 유무를 결론 내릴 수 없다.  

생리대 사용 여성의 경우 최악의 노출 시나리오에서도 HI가 1 미만으로 나타나 허용 범위 내였다. 그러나 기저귀 사용 영아의 경우, 중앙값 노출 기준 HI는 0.14로 경보 수준(0.1)을 초과했으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는 HI가 1.29에 달했다. 분석 대상 기저귀 샘플의 절반 이상이 HI 0.1을 초과했고, 약 5%는 HI 1을 넘어섰다. 위해의 주요 원인 물질은 AO1135와 AO246이었으며, 이 두 물질이 최대 노출 시나리오에서 총 HI의 95% 이상을 차지했다.

한편 가장 높은 농도로 검출된 AO1010과 AO168은 독성 정보가 부족해 위해 지수 계산에서 제외되었다. 실제 위해 규모가 이보다 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 한국은 안전한가 — 규제 레이더에 없는 물질들 

이번 연구는 중국 유통 제품만을 대상으로 했다. 한국 제품이 같은 결과를 보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한국 규제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면, 이 질문을 피하기가 어렵다.

2017년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VOCs(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전수조사와 정례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 2023년에도 생리대·팬티라이너·탐폰 총 170개 제품에 대해 VOCs 60종의 검출량을 확인한 결과 모두 안전한 수준이었다고 발표했다. 2017년 이후 식약처가 지속적으로 생리용품 안전 관리를 강화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가 남는다. 한국 규제의 감시망은 VOCs에 집중되어 있다. 이번 논문이 주목한 합성 산화방지제(AOs)와 유기인산 에스터(OPEs)는 현재 국내 생리대·기저귀 안전 검사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번 연구가 "개인위생 제품에서 AOs와 OPEs를 체계적으로 보고한 최초 연구"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이는 한국만의 공백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규제 공백이기도 하다.

기저귀는 현행 규정상 pH, 형광증백제, 폼알데하이드 등 일부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확인시험을 거치도록 하고 있으나, 이번 논문에서 문제가 된 물질군은 이 항목에 포함되지 않는다. 생리대와 기저귀에 사용되는 PP·PE 계열 고분자 소재와 그 제조 공정은 중국과 한국이 사실상 동일한 글로벌 공급망에 기반한다. AOs가 이 공정에서 구조적으로 투입되는 물질이라면, 국산 제품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기 어려울 수 있다.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국내 유통 제품을 대상으로 한 동일 방법론의 후속 연구다. '안전하다'는 결론이 나오려면, 먼저 검사를 해야 한다.

 

| 연구의 의의와 한계

이 연구는 개인위생 제품에서 AOs와 OPEs의 존재를 체계적으로 보고한 최초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생리대가 DBP의 중요한 노출 경로일 수 있다는 발견, 영아 기저귀에서 위해 기준을 초과하는 시나리오가 실재한다는 발견은 규제 공백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그러나 연구팀이 명시한 한계도 분명하다. 첫째, 검출된 화학 물질들의 피부 흡수율 데이터가 부족하여 유사 물질의 값을 대입했으며, 이는 노출량 추정의 정확도를 떨어뜨린다. 둘째, 이 연구는 미사용 제품에 함유된 화학물질 총량을 측정한 것으로, 실제 사용 조건에서 피부로 이행하는 분율을 직접 측정한 것이 아니다. 셋째, 위해 계산에 경구 독성 참고치를 피부 노출에 대입했는데, 피부 노출 시 체내 반감기가 더 긴 물질의 경우 위해가 과소평가될 수 있다. 넷째, 온라인 유통 제품 위주로 수집되어 지역 소규모 브랜드는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후속 연구의 방향은 분명하다. 실제 사용 조건에서의 체외 이행량 측정, AO1010·AO168 등 고농도 물질에 대한 피부 경로 독성 자료 확보, 혼합 물질의 복합 독성 평가가 필요하다. 규제 측면에서는 제품 라벨에 화학 첨가물을 전면 공개하도록 하는 성분 투명성 의무화와, 생식기 밀착 제품에 특화된 피부 안전 기준 수립이 요구된다.


| 참고문헌

Ji, X., Tian, M., Liang, J., Liu, X., Feng, X., Qu, G., & Liu, R. (2026). Decoding chemicals of emerging concern in personal hygiene products: Exposure implications for vulnerable populations.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 507, 141678. https://doi.org/10.1016/j.jhazmat.2026.14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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