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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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불안(eco-anxiety)란? 기후불안의 정의와 기후행동을 촉진하는 이유

앨지닥터(김덕원)
2026-03-13
조회수 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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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심화되면서 폭염, 홍수 같은 극단적 기상현상뿐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npj Climate Action에 발표된 예일대·조지메이슨대 공동 연구[1], Cogent Mental Health에 실린 202편 논문 스코핑 리뷰[2], 그리고 Global Environmental Change에 게재된 94개 연구 메타분석[3]을 종합하면, 또 다른 관점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단순한 무력감이 아니라 집단적 기후행동을 촉진하는 적응적 반응일 수 있다는 공통된 결론이 도출된다. 다만 고통의 강도가 극심해지면 오히려 행동이 정체되는 'L자형' 관계가 나타나, 정신건강 지원과 기후행동 촉진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 에코불안이란 무엇인가 — 아직 합의되지 않은 정의

에코불안(eco-anxiety)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에 대한 걱정, 두려움, 불안을 포괄하는 심리 상태를 가리킨다. Boivin 등의 스코핑 리뷰[2]는 202편의 논문을 분석한 결과, 이 개념에 대해 학계에서 통일된 정의가 부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일부 정의는 임상적으로 심각한 수준의 쇠약을 강조하는 반면, 다른 정의는 경미한 걱정부터 극심한 고통까지 아우르는 스펙트럼으로 접근한다. 연구팀은 이를 종합해 에코불안을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의 관찰·예상 효과, 그것이 삶의 방식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사회적 대응의 부적절성에 대한 걱정·고통·불안으로 특징지어지는 사회심리적 상태'로 정의할 것을 제안했다.

특히 에코불안은 에코분노(eco-anger), 에코슬픔(eco-grief), 에코죄책감(eco-guilt) 등 다른 생태감정과 뚜렷이 구분하기 어렵다. 만성적 불안이 에코우울로 전환되거나, 억압된 에코분노가 다시 에코불안으로 표출되는 등 감정 간 경계가 모호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Kühner 등의 메타분석[3]에서도 기후변화 불안과 부정적 기후감정 사이의 보정된 상관계수가 ρ = 0.72로 매우 높게 나타나, 이들 감정이 공존하거나 서로를 강화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 미국 성인 16%가 기후변화 심리적 고통을 경험한다

Ballew 등[1]은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미국 성인 2,118명을 대상으로 전국 확률표본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우울증 선별도구(PHQ-2)와 범불안장애 선별도구(GAD-2)를 기후변화 맥락에 맞게 적용하여 지난 2주간 기후변화로 인한 우울·불안 증상의 빈도를 측정했다.

조사 결과, 미국 성인의 16%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심리적 고통(우울 또는 불안 증상)을 최소 한 가지 이상 '수일 이상'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통을 보고한 16% 내부를 들여다보면, 절반 이상은 낮은 수준(12점 만점 중 1~2점)에 해당했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수 있는 중등도 이상의 심각한 고통을 경험한 사람은 표본의 약 2.4%였다. 비율만 보면 적어 보이지만, 이를 미국 성인 인구(약 2억 6천만 명)에 적용하면 약 620만 명에 해당하는 규모다. 기후변화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대부분 경미한 수준에 머무는 것은 사실이나, 심각한 수준의 고통을 겪는 인구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규모임을 이 수치는 보여준다.  

 인구집단별로 뚜렷한 차이가 관찰되었는데, 진보 민주당 지지자(29%), 히스패닉/라틴계(26%), 연소득 5만 달러 미만(25%), 도시 거주자(22%), Z세대/밀레니얼 세대(20%) 순으로 고통 보고 비율이 높았다. 반면 보수 공화당 지지자는 5%에 그쳤다. 이러한 집단 간 차이는 환경적 위험에 대한 차등적 노출로 부분적으로 설명된다. 유색인종 커뮤니티와 저소득층은 극심한 더위, 대기·수질 오염, 유해 폐기물 등 환경 위해에 불균형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며, 이 같은 현실이 환경 우려 수준을 높이고 심리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 심리적 고통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기후행동에 더 적극적이다

이번 종합의 핵심 발견은 기후변화 심리적 고통이 집단적 기후행동과 강한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점이다.

Ballew 등[1]의 연구에서, 기후변화 고통을 경험한 집단은 그렇지 않은 집단에 비해 기후 캠페인 참여 의향이 약 2.7배(52% 대 19%), 과거 12개월 내 청원 서명 경험이 약 4.7배(42% 대 9%), 기후변화 관련 대화 빈도가 약 2.3배(68% 대 29%) 높았다. 네 가지 기후행동 지표 모두에서 집단 간 효과크기(Hedges' g)가 0.93에서 1.27 사이로 대효과에 해당했다. 정치 이념, 집단효능감, 사회적 규범, 기후변화 걱정 수준 등을 통제한 회귀분석에서도 심리적 고통은 네 가지 기후행동 지표 모두와 독립적으로 유의한 양의 관계를 유지했다(표준화 β = 0.09~0.31).

Kühner 등[3]의 94개 연구(총 170,747명) 메타분석은 이를 더 넓은 맥락에서 확인해준다. 기후변화 불안과 집단적 기후행동 사이의 보정된 상관계수는 ρ = 0.52로 가장 강했고, 기후정책 지지(ρ = 0.29), 사적 친환경 행동(ρ = 0.27) 순으로 나타났다. 친환경 행동 의도와의 상관은 ρ = 0.62에 달했다. 메타회귀분석 결과, 이러한 관계는 범불안(generalized anxiety)을 통제한 후에도 유의했다. 이는 기후변화 불안이 일반적 불안과는 구분되는 독자적 심리 구성개념이며, 기후행동을 촉진하는 고유한 동기적 기능을 갖고 있음을 시사한다.


| 그러나 심리적 고통이 극심해지면 행동은 정체된다

Ballew 등[1]은 고통을 경험하는 하위집단(n = 327) 내에서 고통의 수준별로 기후행동에 차이가 있는지를 추가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고통 수준이 '낮음'에서 '중등도/심각'으로 올라가도 대부분의 기후행동 지표에서 유의한 증가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기후행동 참여는 고통을 전혀 느끼지 않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느끼는 사람 사이에서 가장 크게 차이가 났다. 그러나 일단 고통을 느끼기 시작하면, 그 강도가 '약간'이든 '심각'이든 행동 수준은 비슷하게 유지되었다. 마치 계단을 한 칸 올라간 뒤 평평한 바닥이 이어지는 모양이어서, 연구진은 이를 'L자형 관계'라고 표현했다. 

이 패턴은 Boivin 등[2]의 스코핑 리뷰에서도 확인된다. 중등도 수준의 에코불안은 친환경 행동과 가장 강하게 연관되는 반면, 극심한 수준에서는 '에코마비(eco-paralysis)'라 불리는 현상(무력감으로 인해 행동 자체가 멈추는 상태)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Ballew 등의 연구에서 고통이 행동을 오히려 감소시킨다는 증거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 누가 더 취약한가 — 메타분석이 밝힌 위험요인

Kühner 등[3]의 메타분석은 기후변화 불안의 선행요인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27개국 170,747명의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 기후변화 불안과 가장 강하게 연결된 요인은 미래를 많이 생각하는 성향(ρ = 0.56)이었다. 앞으로 닥칠 일을 자주 걱정하는 사람일수록 기후불안도 높았다. 그다음으로 기후변화 관련 뉴스나 정보에 자주 접하는 것(ρ = 0.45), 폭염·홍수 등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 체감한 경험(ρ = 0.35), 주변 사람들이 환경을 중시하는 분위기(ρ = 0.35), 그리고 불안해하기 쉬운 성격 특성인 신경증(ρ = 0.34) 순으로 나타났다.  

흥미롭게도, 기후변화 자기효능감(ρ = 0.28)과 집단효능감(ρ = 0.29) 모두 불안과 양의 상관을 보여 기존 스트레스 이론의 예측과 반대되었다. 연구팀은 이를 '동기적 통제(motivated control)'로 설명했다. 기후변화의 위협에 직면한 개인이 통제감을 회복하려는 동기에서 효능감 신념을 강화하는 것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젊은 세대, 여성, 진보 성향도 기후불안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보이긴 했으나, 관련성은 낮았다(각각 ρ = −0.07, 0.08, −0.16). 학력은 기후불안과 사실상 관계가 없었다(ρ = 0.02). 고학력이라고 해서 기후변화를 더 걱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 대처 전략의 명암 — 회피는 단기 완화, 장기 악화

Boivin 등[2]의 스코핑 리뷰는 에코불안에 대한 대처 전략을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문제회피(denial, 정보 차단), 문제해결(환경행동, 정보 탐색), 감정 대처(마음챙김, 치료, 긍정적 재구성), 효율 대처(문제해결+감정 대처의 결합)가 그것이다.

문제회피 전략은 단기적으로 불안을 낮추지만, 장기적으로는 감정 억압과 사회적 이슈로부터의 이탈로 이어져 정신건강과 환경참여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반면 환경운동 참여 같은 문제해결 전략은 행복감, 자신감, 통제감 등 긍정적 감정과 연관되었지만, 개인의 노력만으로 기후변화라는 '난제(wicked problem)'를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번아웃이나 죄책감을 유발하기도 했다.

감정 대처와 문제해결을 결합한 효율 대처가 가장 효과적인 접근으로 제시되었다. 감정을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재구성하면서 동시에 실질적 행동을 취하는 이 전략은 환경참여, 삶의 만족도, 낙관성과 양의 상관을 보였다.


| 기후불안을 병리화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세 연구 모두 기후변화로 인한 심리적 고통을 '정신질환'으로 분류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기후불안이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Kühner 등[3]의 메타분석에서 기후변화 불안을 느끼는 사람일수록 스트레스·우울 같은 심리적 부담이 높고(ρ = 0.33), 삶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경향(ρ = −0.22)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경우, 기후변화 불안은 일상생활을 마비시킬 정도의 '병적 불안'이 아니라 위협에 대한 자연스러운 걱정 수준에 머물렀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수치가 있다. 일상 기능 장애(잠을 못 자거나 집중이 안 되는 등)까지 측정하는 임상용 척도(CCAS)에서 응답자들의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1.80에 그쳤다. 반면, 단순히 "기후변화가 얼마나 걱정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의 평균은 3.49로 훨씬 높았다. 다시 말해,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 걱정이 병적 수준까지 이르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는 뜻이다.

Boivin 등[2]의 리뷰도 에코불안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위협에 대한 합리적이고 적응적인 반응이며, 오히려 기후위기에 대한 무관심이 덜 적응적인 반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한계와 향후 과제

이 세 연구에는 공통적인 한계가 있다. 첫째, 대부분의 포함 연구가 횡단적 설계로, 기후변화 고통과 행동 사이의 인과관계나 방향성을 확정할 수 없다. 고통이 행동을 촉진하는 것인지, 행동 참여가 고통을 유발하는 것인지, 혹은 양방향 관계인지는 종단 연구를 통해 규명해야 한다.

둘째, Kühner 등[3]의 메타분석에 포함된 94개 연구 중 73%가 Global North에서 수행되었다. 기후변화에 더 심각하게 노출되고 대처 자원이 부족한 Global South 지역의 연구가 부족하다. 셋째, Ballew 등[1]의 연구에서 사용된 측정도구는 임상적 수준의 우울·불안 증상에 초점을 맞추어, 분노·좌절·슬픔 같은 광범위한 기후 관련 감정을 포착하지 못했을 수 있다. 넷째, 모든 연구가 자기보고 데이터에 의존했으며, 탄소발자국이나 투표행동 같은 객관적 행동 지표를 활용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세 연구의 종합은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리적 고통은 정상적이고 적응적인 반응이며, 적절한 수준에서는 집단행동의 강력한 동기가 된다. 정책 입안자와 정신건강 전문가는 기후불안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이를 건설적인 기후행동으로 전환할 수 있는 구조와 자원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 참고문헌

[1] Ballew, M. T., Uppalapati, S. S., Myers, T., Carman, J., Campbell, E., Rosenthal, S. A., Kotcher, J. E., Leiserowitz, A., & Maibach, E. (2024). Climate change psychological distress is associated with increased collective climate action in the U.S. npj Climate Action, 3, 88. https://doi.org/10.1038/s44168-024-00172-8

[2] Boivin, M., Gousse-Lessard, A.-S., & Hamann Legris, N. (2025). Towards a unified conceptual framework of eco-anxiety: Mapping eco-anxiety through a scoping review. Cogent Mental Health, 4(1), 2490524. https://doi.org/10.1080/28324765.2025.2490524

[3] Kühner, C., Gemmecke, C., Hüffmeier, J., & Zacher, H. (2025). Climate change anxiety: A meta-analysis. Global Environmental Change, 93, 103015. https://doi.org/10.1016/j.gloenvcha.2025.10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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